컨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망과 PM을 향한 도전
무언가를 만들어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게 꽤나 재밌는 일이라고 처음 느꼈던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그때 친구들이랑 노트에 만화를 그리고 놀았는데 주로 포트리스와 스타크래프트, 스폰지밥에 관련된 것이었다.(적고 보니 세 개 중 두 개는 아직까지도 보고 있다.) 어쨌든 그때는 장래희망도 만화가로 적어서 냈었지만 어린 시절의 꿈들이 그렇듯 금방 관심사는 바뀌었다. 이후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가 만든 것을 다수에게 보여주는 삶보다는 정해진 답을 찾거나 누가 시킨 것을 한 두 사람에게 평가받는 삶을 살아왔다. 대학을 그만두고 첫 직장 1년 차까지도 나는 컨텐츠 소비자지 생산과는 아무 연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사로써 평범하게 수학 강의를 하던 어느 날 좀 색다른 업무를 하게 됐다. 입시 결과 홍보 현수막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원래 강사가 하는 업무와는 동떨어져 있었지만 그때 상황이 좀 복잡했다. 아무튼 '남들에게 보여줄 뭔가를 이쁘게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십몇 년 만에 하려니 전혀 감을 못 잡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주변에 물어가며 초안을 완성하긴 했는데 정말 엉망이라 상사가 당황해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말 해야 싹 갈아치우게 하지. '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결국엔 원래 내 업무도 아닌 걸 야근까지 하면서 고민하는데 의외로 오랜만에 일이 즐겁다고 느껴졌었다. 이후에 출퇴근할 때마다 건물에 걸린 현수막을 뿌듯하게 봤던 것 같다.
이후에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직장을 뛰쳐나오는 패기있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단지 코로나로 인한 고등학생들의 꼬인 시험기간에 100일이 넘게 휴일 없이 강의를 했고 100일 만의 휴일에 제주도로 낚시를 가야했던 직장 분위기를 감당 못해서 퇴사했을 뿐.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강사로 돌아가기보다는 내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비지원교육으로 기초 디자인 수업을 듣고 어도비 프로그램들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친구의 부탁으로 간단한 웹 디자인을 할 기회가 생겨서 피그마도 독학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다만 이렇게 계속 맨땅에 헤딩만 하니 모아 놓은 돈도 다 쓰고 그렇다고 관련 직종 취업 준비도 제대로 안 됐다. 오랜 기간 시간을 허투루 썼고 결국 생활을 위해 컨텐츠 크리에이터 도전은 잠시 미루게 됐다.
그래도 이 시기를 거치며 한 가지 중요한 걸 깨달았다. 컨텐츠를 만들 때 중요시되는 '디자인'은 내가 생각하던 '이쁘게 꾸미는 디자인'의 뜻이 아닌 '설계하고 기획하는 디자인'이라는 것. 이때부터 컨텐츠 크리에이터와 동시에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를 향한 도전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직장인 대상 PM 취업 교육을 듣고 있다.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이 직군에서 과연 신입을 뽑아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적인 부분을 알아도 어떤 제품을 유저들이 만족하도록 관리한 경험이 없다면 적용이 어렵다는 생각이 나부터도 드는데 기업들이 그 생각을 안 할리가 없다. 그래서 그 경험을 위해 유튜브를 개설했다. 채널의 주제 선정은 어렵지 않았다. 내 오랜 취미인 게임 오버워치로 정했고 방향성은 취지에 맞게 여러가지로 시도해 볼 생각이다.

강사로써 생긴 직업에 대한 가치관
다시 도전을 결심한 시기에 강사로써 굉장히 좋은 제안을 받았다. 신입 PM으로는 아마 유니콘 기업을 가도 이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제안을 거절하고 전직 준비를 택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로 주변의 응원이다. 안정적인 삶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고민 중일 때 내게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이 모두 도전해 보라고 말해줬다. 그 사람들이 세상 누구보다 내가 빨리 정착해서 결혼하길 원하는 우리 엄마와 그 대상인 여자친구라니 정말 사랑스러우면서 동시에 존경스러운 여자들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강사로써 일하며 생긴 가치관이다. 난 처음 전직을 생각했을 때도 일이 싫어서는 아니었고 지금도 강의는 재밌다.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정보와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다만 그들은 즐겁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다. 강의를 하다 보면 진정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더러 있다. 솔직히 공부를 잘 하던 축에 속하던 나도 그렇게 학업이 싫었는데 '현역 때 나보다 잘 하지도 못하는 얘네가 이렇게 주말까지 학교와 학원에 치어서 없는 재능을 붙잡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하는 허영된 생각도 한다. 오해할까봐 말하지만 사교육이 이렇다 저렇다를 얘기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이 있고 그들에게 유용하면서도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가치관이 생겼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게이머로써의 윤리관과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
스무 명 남짓의 구독자를 가진, 그마저도 대부분 지인들인 뉴비 유튜버가 하는 웃긴 상상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낯뜨겁지만 바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상상이다. 나는 꽤 오래 게임 안에서 '진감'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우리집 고양이 '박진감'에서 따왔다.) 그리고 떳떳하지 못한 행위도 가끔 했다. 욕설이라던지 정치라던지 혹은 팀의 승리에 최선의 협조를 거부하며 이기적인 플레이를 한다던지 말이다. 이런 부분을 숨기고 싶지 않아서 유튜브 채널 이름을 똑같이 만들었다. 원래도 머리로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끔 감정적으로 행동했었고 유튜브 개설을 계기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나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를 전한다.
또 하나는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역시 같은 고정닉으로 디시인사이드의 오버워치 2 갤러리와 서울 다이너스티 갤러리에 가끔 댓글과 글을 쓴다. 활동은 하지만 오버워치와 관련된 두 곳 뿐이라 소위 디시 감성이라고 하는 부분과는 스스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또 누군가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수십만 유튜버가 되기 전에 미리 밝히고자 한다. 사실 전에 게이머로써도, 앞으로는 유튜버로써도 정보를 나눌 곳이 필요한데 오버워치 이스포츠는 디시와 X(트위터)가 국내 커뮤니티로 가장 규모가 커서 선택지가 둘 뿐이다. X에도 가끔 글을 올리긴 하지만 오랜 축구팬(아스날)으로써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도시락을 싸주고 동물 머리띠를 씌워 틱톡춤을 시키는 감성과 못하는 날엔 삼대를 멸할 기세로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감성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한다면 나에겐 후자가 익숙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