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새 이 게임을 한지도 9년 차다. 처음에는 인기 게임이었던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는 유저로써 가볍게 즐기기만 했다. 그러다 점수와 실력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정보를 찾고 연습을 했으며, 같이 게임하는 지인들이 생겼고 이십대 중반에 수많은 소중한 인연들도 만들었다. 재작년부터는 오버워치 이스포츠에 관심이 생겨 정보를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로의 도전도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작은 오버워치 대회의 팀장을 맡아 연습 중에 있다.
내가 대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을 잘하고 싶어서. 가끔 주변에서 게임을 왜 잘하고 싶어하는지, 직업도 아닌데 시간을 투자하면서 연습을 하고 실력을 키울 가치가 있는지 물어본다. 첫째는 인정 욕구다. 팀 스포츠와 같다. 학교나 군대에서 공을 차도 같은 팀과 상대 팀에게, 또는 조회대에 앉아서 구경하는 친구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그리고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을 잘하려는 이유가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것 또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오프라인에서 모르는 5명이 팀을 이뤄 풋살을 한다면 못하는 사람이 있어도 보통 비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세계는 냉혹하다. 수많은 창의적인 욕설과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처음 오버워치에서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이미 오랜 게임 생활로 단련된 나는 욕을 먹는 것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전략 협동 하이퍼 FPS 게임이라는 장르가 그 이름처럼 꽤나 복잡하기 때문에 욕을 들으면 내가 진짜 못한 건지 아니면 잘하고 있는데 비난을 받는 건지 조차 알 수 없는데 이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내가 잘한지 못한지는 알고 욕을 먹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잘하고, 또 잘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그렇게 에임 연습도 하고 경쟁전 시간도 늘리며 플래티넘에서 다이아, 마스터로 티어를 올렸다. 조금 더 대중적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교하면 다이아 티어 정도 될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개인 역량으로는 여기서 한계를 느꼈다. 다음 단계인 그랜드 마스터를 위해 하던대로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더 정교하게 진행되는 높은 티어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스크림 팀을 찾던 도중 때마침 서울 다이너스티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대회를 알게 됐다. 지인들과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커뮤니티 대회의 정체성을 지키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게시글로 팀원을 모집했다. 얼굴도 이름도 플레이스타일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모였다.

팀을 모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잘 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첫 스크림에 들어서자 무기력하게 패배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나와 비슷하게 솔로 랭크를 즐기던 사람들이었고 팀 게임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달랐고 소통은 서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팀에서 가장 랭크가 높은 팀원이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팀원이 랭크 규정에 걸려 새로운 팀원의 합류까지 불발됐다. 계획이 어그러지고 스크림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인복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런 교집합도, 기준도 없이 게시글 하나를 보고 선착순으로 모였던 팀원들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팀을 지지해줬다. 본업과 학업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경기력 향상과 팀 분위기 개선을 위한 의견을 내주고 시간을 쪼개서 스크림에 참가해줬다. 늦은 새벽까지 피드백을 나누고 연습을 하며 이 팀과 끝까지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훨씬 더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 참가를 신청했다. 이 순간에도 내 주변의 우려하는 시선이 그렇듯 온라인 커뮤니티, 그것도 디시 인사이드의 유저들과 커뮤니티 밖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면 오직 실력 향상을 위한 경험을 쌓는데 참가 의의를 두었고 언제든 한 발을 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작은 인연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오버워치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그래서 모종의 사건으로 대회가 취소될 뻔 한 것을 막으며 운영까지 맡게 된 지금, 처음 가벼웠던 내 태도를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하다. 덕분에 운영을 하면서 우리 팀 뿐만 아니라 이 대회에 참가하는 모두가 진심인 것 또한 느끼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할 때도, 취미 생활을 즐길 때도 혼자서 하는 게 편하다고 단정지어 왔었다. 이 작은 오버워치 대회를 기점으로 협력하는 즐거움을 다시 알게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꼭 이들과 우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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